- - 법무법인 이로 박병규 변호사
의료현장에서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최근 대법원은 침습적 의료행위로 여겨지는 골수 검체 채취를 간호사가 의사 없이 시행할 수 있는지에 관한 중요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의료법상 '진료의 보조'의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제시한 이 판결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재단법인이 운영하는 종합병원의 혈액내과, 종양내과, 소아종양혈액과 교수들이 2018년 4월부터 11월까지 소속 간호사들로 하여금 골수 검사에 필요한 골수 검체 채취를 하게 했습니다.
검찰은 골수 검사를 위한 골막 천자는 바늘을 이용해 골막을 뚫고 골수를 흡인하거나 조직을 생검하는 고도의 침습적 의료행위로서 의사만이 할 수 있다며, 병원 운영 재단법인을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했습니다.
원심은 골수 검사를 간호사가 직접 수행하는 것은 진료의 보조가 아닌 진료행위 자체에 해당하여 간호사 자격의 범위를 넘는 의료행위로서 의료법 제27조 제1항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했습니다(2023도10286).
"의료인 중 간호사의 업무는 의료법 제2조 제2항 제5호에서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의사 등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진료의 보조' 행위의 범위에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요하여 반드시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가 포함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의료행위 자체가 아니라면 의사는 의료행위의 과정에서 수반되는 '진료의 보조' 행위를 간호사에게 지시하거나 위임할 수 있다.“
대법원은 골수 검체 채취가 질환 진단의 본질적·핵심적 의료행위가 아니며, 후상 장골극 부위는 혈관이나 신경의 분포가 적어 위험성이 낮고, 대부분 일시적 통증만 발생하는 최소 위험(minimal risk)의 시술이라는 의학적 특성을 면밀히 분석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골수 검사는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 자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환자의 개별적인 상태 등에 비추어 위험성이 높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가 진료의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감독 아래 골수 검사에 자질과 숙련도를 갖춘 간호사로 하여금 진료의 보조행위로서 시행하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진료의 보조'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첫째, 의료행위의 본질적·핵심적 부분이 아닌 경우 의사의 지도·감독 하에 간호사가 '진료 보조'로 수행할 수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둘째, '진료 보조'의 범위를 판단할 때 의료행위의 위험성, 난이도뿐만 아니라 의료환경의 변화와 의료분업 현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현실적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셋째, 의사의 '지도·감독' 방식에 있어 모든 행위마다 의사가 현장에 입회할 필요는 없고, 행위의 특성과 간호사의 숙련도에 따라 '일반적인 지도·감독'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의료 현장의 실제적인 운영 방식과 법적 규범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합리적인 결정입니다. 의료행위의 실질과 위험성, 의료인력의 전문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균형 잡힌 접근법을 취했다고 평가합니다.
간호사의 역할 확대는 의료 인력의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환자 안전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합니다. '간호사의 자질과 숙련도'를 중요한 판단 요소로 제시한 점은 실무적으로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의사의 '일반적 지도·감독'이 가능한 상황을 인정함으로써, 의료기관의 효율적 운영과 의료진의 업무 부담 경감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다만, 소아 환자나 특수한 상황에서는 의사의 직접적인 감독이 필요하다는 예외를 둔 것도 환자 안전을 고려한 타당한 판단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판결은 경직된 법 해석보다 의료 현실을 반영한 유연한 접근법을 취함으로써,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환자 안전 확보라는 두 가치를 모두 존중한 균형 잡힌 판결이라고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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