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칼럼] 초보 동대표가 절대 함부로 서명하면 안 되는 문서 3가지
- 박 기자
- 입력 2026.03.1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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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아파트뉴스 발행인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부푼 마음을 안고 입주자대표회의에 처음 입성한 초보 동대표들. 하지만 회의 테이블에 앉는 순간,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수십 장의 복잡한 서류와 안건들이다. 분위기에 휩쓸려, 혹은 앞선 사람들의 관행이라는 말에 속아 무심코 남긴 서명 한 번이 훗날 엄청난 법적 책임과 소송의 화살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초기 입주 단계부터 제1기, 2기 입주자대표회의를 연임하며 단지의 기틀을 다지고, 임기가 종료된 이후에도 아파트의 권익을 위해 수많은 법적 공방을 마주하며 뼈저리게 느낀 바가 있다. 동대표의 서명은 단순한 '참석 확인'이 아니라 '법적 책임의 시작'이다. 초보 동대표가 회의실에서 마주쳤을 때 펜을 내려놓고 꼼꼼히 따져봐야 할 치명적인 문서 3가지를 짚어본다.
1. 종전 소송비용 및 불명확한 '변호사 수임료' 승인 건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시공사와의 하자 소송, 용역 업체와의 계약 해지, 심지어 전·현직 입대의 간의 분쟁 등 크고 작은 소송이 끊이지 않는다. 이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소송비용(변호사 수임료) 지출 승인' 안건이다.
특히 이전 기수 입대의에서 진행했던 소송의 변호사비를 현 기수에서 처리하거나, 입주민 전체의 이익이 아닌 특정 동대표나 소수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소송에 관리비를 전용하는 안건에 무턱대고 서명해서는 안 된다. 착수금과 성공보수의 기준은 명확한지, 해당 소송이 공동주택관리법상 관리비로 지출할 수 있는 적법한 사안인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할 경우, 훗날 횡령이나 배임 등으로 다음 기수 입대의로부터 막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할 수 있다.
2. 내역이 검증되지 않은 '입대의 인수인계서'
새로운 기수의 입대의가 출범할 때, 전임 회장과 신임 회장, 그리고 관리주체 간에 인수인계서가 작성된다. 초보 동대표나 임원진은 "관리소장이 다 알아서 확인했겠지"라며 통장 잔고나 주요 서류의 겉장만 보고 서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은 시한폭탄을 껴안는 것과 같다. 장기수선충당금의 집행 내역, 진행 중인 민사 소송의 현황, 미지급된 공사 대금, 심지어 이전 기수에서 발생한 관리비 누수나 비위 사실이 인수인계서에 교묘하게 누락되어 있을 수 있다. 도장이 찍히는 순간, 이전 기수의 묵은 문제들을 현 기수가 아무 이의 없이 떠안았다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의문점이 있다면 서명을 보류하고 외부 회계 감사나 법률 검토를 요구해야 한다.
3. 세부 산출내역이 누락된 '대형 용역·공사 계약서'
경비, 청소, 소독 등 수억 원이 오가는 일반 관리 용역이나, 노후 배관 교체, 도색 등 대규모 공사 계약 안건도 요주의 대상이다. 단순히 '최저가'라는 입찰 결과만 보고 계약 승인에 서명하면 낭패를 본다.
계약서에 첨부된 '세부 산출내역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인건비 산정은 최저임금법에 맞게 제대로 되었는지, 4대 보험료나 퇴직적립금이 과다 청구되지는 않았는지, 공사 지연이나 하자 발생 시 부과할 위약금(지체상금) 조항이 명시되어 있는지 따져야 한다. 세부 내역이 뭉뚱그려진 백지수표 같은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은 관리비 누수의 주범이 된다.
서명은 무거운 책임이다
동대표는 벼슬이 아니라 입주민의 재산을 지키는 최전선의 방어수다. 회의 시간에 질문이 많다고 눈총을 받을지언정, 이해되지 않는 안건에는 절대 서명하지 않는 고집이 필요하다. 부당한 안건이나 법적 리스크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회의록에 반대 의사와 그 사유를 명확히 남겨야만 훗날 억울한 책임을 피할 수 있다. 서명의 무게를 아는 것, 그것이 훌륭한 동대표가 되는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