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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진료 중 신체 접촉, 어디까지 가능할까? 대법원 “치료 목적이라도 환자 성적 자유 침해하면 강제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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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22 09:36
  • 조회수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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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진료의 이름 아래 허용되지 않는 손길… 법은 ‘신뢰의 경계선’을 그었다”

박병규 변호사880.jpg

 

 의료인 진료 중 신체 접촉, 어디까지 가능할까? 대법원 치료 목적이라도 환자 성적 자유 침해하면 강제추행

 

의료인의 손길은 환자를 살리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손길 자체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내밀한 부위에 대한 접촉은 환자에게 진료의 일부로 받아들여질 수도, 동시에 성적 침해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최근 그 미묘한 경계에 대해 법원은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법원 판결이 있어 이를 소개합니다. 진료라는 외피를 쓴 행위가 환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을 때, 법은 더 이상 진료라는 이름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해 준 판결입니다.

 

한의사인 피고인은 교통사고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여성 환자에게 물리치료를 마친 뒤 소화불량을 보겠다며 환자의 가슴을 누르고, 이어 치골 부위를 촉진하겠다고 말한 뒤 그 부위를 손가락으로 눌렀습니다. 검찰은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음부를 눌러 강제추행을 저질렀다고 기소했습니다. 피고인은 진료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접촉일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원심은 피고인의 행위를 유죄로 판단하며 다음과 같이 적시했습니다.

 

피고인은 진료과정에서 피해자의 가슴과 음부 부위를 눌러 추행하였다. 치골 부위의 진료 필요성은 공소사실의 인정 여부와 무관하고, 치골과 음부는 명확히 구분되며, 촉진 과정에서 손이 반드시 음부에 닿게 된다고 볼 수도 없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진료행위를 착각했을 가능성도 낮고, 치골 부위는 여성 환자에게 민감한 부위로 남성 의사가 직접 촉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진료기록에도 관련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을 수긍하며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20229676).

 

대법원은 먼저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엄격히 다루어야 한다고 전제했습니다. 판결은 다음과 같이 지적합니다.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라면, 그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구체적인지, 진술 내용이 논리와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인지, 객관적 사실과 모순되지 않는지, 허위 진술을 할 동기가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강제추행의 개념에 대해서도 판결문은 명확히 정리합니다.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강제추행죄 성립에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는 고의만으로 충분하고, 그 외에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동기나 목적까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핵심은 의료행위가 곧바로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법원은 환자의 내밀한 신체 부위를 대상으로 한 진단·치료 과정에서의 접촉이 추행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여러 사정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환자의 성별과 연령, 진료 경위와 과정, 접촉 부위의 특성, 증상의 진단·치료 필요성 또는 위급성,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의 객관적 상황, 해당 행위가 의학적으로 통상적인 진료행위로서 상당했는지, 그리고 사전에 환자에게 내밀한 신체 부위 접촉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는지를 모두 종합하여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심이 밝힌 사실관계(피해자의 진술 일관성, 치골 촉진의 불필요성 의심, 사전 동의·진료기록 부재 등)를 근거로 피고인의 행위가 단순한 진료를 넘어 환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 추행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먼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엄격히 따지되, 그 판단은 결코 형식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 객관적 사실과의 부합성 등 여러 측면을 종합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인지 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강제추행의 본질(일반인의 관점에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고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을 확인함으로써, 진료 목적을 내세운 접촉이라 해서 자동으로 면죄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의료현장에서의 접촉이 의학적 필요성과 실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그 방법이 해당 분야의 통상적 진료관행에 부합하는지,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동의가 있었는지가 판단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결국 법원은 의료행위의 형식적 명분보다는 그 실질과 맥락을 중시하며, 진료의 외피 아래 숨은 인격 침해를 엄격히 막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입니다.

 

이 판결은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존재하는 신뢰의 문제를 다시 한 번 환기시킵니다. 의료인은 환자의 몸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만큼, 그 권한을 행사할 때 훨씬 더 신중해야 합니다. 치료의 필요성이 분명치 않거나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진단·치료가 가능한데도 민감 부위를 불필요하게 촉진했다면, 그 행위는 더 이상 진료로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반대로 환자 역시 진료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단순 접촉을 무조건 추행으로 규정해서는 안 됩니다. 법원이 제시한 여러 판단기준은 결국 상호 신뢰투명한 설명이라는 원칙으로 수렴됩니다.

 

의료현장에서는 진료의 목적과 방법을 사전에 분명히 설명하고, 특히 내밀한 부위에 대한 접촉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환자의 명시적 동의를 받는 절차를 습관화해야 합니다. 그러한 절차적 노력 자체가 의료인의 법적 리스크를 줄일 뿐 아니라, 환자의 인격과 존엄을 지키는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이번 판결은 법과 윤리, 그리고 의료현장의 실제가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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