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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동의 없는 재산 처분, 이혼사유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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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2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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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경제적 배신과 혼인 파탄

배우자 동의 없는 재산 처분, 이혼 사유 될가.png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는 이유는 폭력, 외도와 같은 전통적인 사유뿐만이 아닙니다. 실무에서는 경제적 배신”, 즉 부부가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한 재산을 배우자의 협의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분하여 갈등이 발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노년 부부의 경우 재산은 단순한 금전적 의미를 넘어 주거, 생활, 생존의 기반이 되므로 분쟁의 파급력은 매우 큽니다.

 

최근 대법원은 부부 공동생활을 통해 형성된 주요 재산을 일방적으로 처분하여 상대방의 생존 기반을 훼손한 경우, 이는 민법 제840조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명확히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510730 판결). 본 판결은 부부재산의 법적 평가와 혼인관계 내 신뢰의 법적 의미를 다시 확립한 판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원고는 1938년생, 피고는 1932년생으로 1961. 9. 7. 혼인신고를 하였습니다. 부부는 주로 농사를 지어 벌어들인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였고, 혼인 중 형성된 대부분의 재산은 피고 단독 명의로 등기되어 있었습니다.

 

이 중 부부 공동생활의 근거지였던 주택과 토지가 산업단지 조성사업에 편입되면서 2022. 3. 23. 피고 앞으로 손실보상 협의요청과 함께 그 보상내역으로 수용보상금 299,832,460원에 관한 자료가 통보되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해당 수용보상금 사용을 둘러싸고 원고와 다투다가 원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용보상금 299,832,460원에 관한 권리를 장남에게 증여하였습니다. 이후 원고는 집을 나와 별거를 시작하였습니다.

 

피고는 이어 2022. 7. 15. 장남에게 추가로 제2 부동산 전부를 증여하고 2022. 7. 26. 장남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고, 결과적으로 피고 명의 재산은 상당히 축소되었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일방적 처분으로 혼인관계가 더 이상 회복할 수 없게 되었음을 주장하며 이혼 및 재산분할을 청구하였습니다.

 

원심은 여전히 파탄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고, 이에 원고가 상고하여 사건은 대법원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하였습니다(202510730 판결).

 

대법원은 먼저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명확히 설시하였습니다. “민법 제840조 제6호에서 정한 이혼사유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 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한쪽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그리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 혼인계속의사의 유무,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 혼인생활의 기간, 자녀의 유무, 당사자의 연령, 이혼 후의 생활보장 등 혼인관계에 관한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혼인생활 중 부양협조의무 등을 통하여 공동으로 이룩한 재산은 가정공동체 내에서 그 구성원의 기초적인 생존과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경제적 기반이면서 배우자 상호간에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부양협조의무의 이행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또한 재산 형성에 관해 위 협력에는 재산을 취득함에서의 협력뿐만 아니라 재산을 유지 또는 증식함에 대한 협력도 포함된다.”고 하여 내 명의이므로 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는 논리를 부정하였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의 재산처분행위가 어떠한 성질을 갖는지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혼인생활 중 부양협조의무 등을 통하여 공동으로 이룩한 재산의 주요 부분을 부부의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배우자와의 협의나 그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분하는 등으로 가정공동체의 경제적 기반을 형해화하거나 위태롭게 하는 행위민법 제840조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

 

그리고 판결문은 본 사안에 그대로 적용하였습니다. “피고가 이를 일방적으로 장남에게 증여한 행위는 혼인생활 중 부양협조의무 등을 통하여 공동으로 이룩한 재산의 주요 부분을 정당한 이유 없이 배우자인 원고와의 협의나 그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분하여 부부 공동생활의 경제적 기반을 형해화하거나 위태롭게 한 행위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피고가 원고의 의사에 반해 재산 대부분을 일방적으로 처분하였고, 생활 안정에 필요한 조치도 마련하지 않았으며, 장기간 별거 후 관계 회복의 기운도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부부는 경제적 공동체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대법원은 혼인생활 중 부양협조의무 등을 통하여 공동으로 이룩한 재산을 경제적 기반으로 보았으며, 명의와 상관없이 공동기여를 인정하였습니다.

 

둘째, 재산 형성에는 취득뿐 아니라 유지·증식도 포함된다고 하였습니다. 판결문에서 재산을 취득함에서의 협력뿐만 아니라 재산을 유지 또는 증식함에 대한 협력도 포함된다.”고 설시하여 가사노동·농사·내조 등 광범위한 협력을 기여로 보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셋째, 배우자의 협의 없는 주요 재산 처분은 혼인파탄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판결문에서 가정공동체의 경제적 기반을 형해화하거나 위태롭게 하는 행위는 민법 제840조 제6호가 정한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명시하였습니다.

 

넷째, 명의만으로 처분권을 주장할 수 없음을 확인하였습니다.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은 명의보다 공동기여를 기준으로 보아야 하므로, “내 명의니까 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는 주장은 허용되지 않음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본 사안은 단순한 재산 다툼이 아니라 혼인생활의 기반을 파괴한 사건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노년의 부부에게 재산은 생존과 주거, 존엄을 유지하는 최후의 버팀목이며, 이를 배우자 의사에 반하여 일방적으로 처분하였다면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부부 공동재산의 실질을 명의보다 우위에 놓고 평가하였으며, 혼인생활의 경제적 기초를 무너뜨린 행위는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앞으로 유사 분쟁에서는 재산 형성 과정, 협력 및 기여도, 처분의 경위, 처분으로 인한 생활기반의 훼손 등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적이 될 것입니다.

 

혼인은 감정만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경제적 기반 위에서 존중과 신뢰가 쌓여 비로소 유지되는 공동체입니다. 이번 판결은 그 법적 기준을 명확히 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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