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법원 2025다214722 판결)

집합건물인 상가나 오피스텔을 경매로 낙찰받을 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전 소유자가 미납한 관리비'입니다. 관리단 입장에서는 체납 관리비를 회수하기 위해 강력한 수단으로 단전, 단수, 혹은 엘리베이터 운행 정지라는 카드를 꺼내 들곤 합니다.
하지만 전 소유자가 잘못한 일을 두고 새로운 주인에게 무작정 '전기 끊기'식의 압박을 가하는 것이 과연 정당할까요?최근 대법원은 이러한 관리단의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 있는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원고는 2022년 11월, 경매를 통해 이 사건 건물의 특정 호실을 낙찰받아 소유권을 취득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건물의 관리단(피고)은 전 소유자가 관리비를 연체했다는 이유로, 새로운 주인인 원고가 소유권을 취득한 이후에도 단전·단수 조치와 엘리베이터 운행 정지 조치를 유지했습니다.
이에 새 소유자는 관리단을 상대로 관리비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달라는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 관리단은 관리비 및 관련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반소로 맞섰습니다.
원심법원은 관리단의 조치가 관리규약에 따른 정당한 행위라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오히려 원고가 건물을 사용하지 못한 기간의 관리비까지 모두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원심법원으로 환송하였습니다(대법원 2025. 6. 19. 선고 2025다214722 판결).
대법원은 집합건물 관리주체의 단전·단수 조치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규약 준수를 넘어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보며 다음과 같이 판결의 핵심 원문을 밝혔습니다.
"단전⋅단수 및 엘리베이터 운행정지 등의 조치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그 조치가 관리규약을 따른 것이었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그와 같은 조치를 하게 된 동기와 목적, 수단과 방법, 조치에 이르게 된 경위, 그로 인하여 입주자가 입게 된 피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소유자의 책임 범위에 대해서도 명확히 판시하였습니다.
"새로운 구분소유자가 종전 구분소유자의 공용부분 관리비 납부의무를 승계하더라도 종전 구분소유자의 관리비 연체로 인한 법률효과까지 승계하는 것은 아니어서,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의 구분소유권을 취득하였다는 점만으로 승계된 공용부분 관리비의 지급을 연체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관리규약에 단전·단수 근거가 있더라도 무조건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조치의 목적과 피해 정도를 따져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있어야합니다.
둘째, '관리비 납부 의무'의 승계와 '연체 사실'의 승계는 다르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주인은 전 주인의 공용부분 관리비 금액 자체는 떠안을 수 있지만, 전 주인이 연체했다는 사실만으로 소유권을 얻자마자 '연체자' 취급을 받으며 단전 조치를 당할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관리단 입장에서는 체납 관리비 징수를 위해 단전·단수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과 생존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합니다. 특히 낙찰자와 같은 새로운 소유자에게 전 소유자의 과오를 이유로 즉각적인 단전 조치를 취하는 것은 법률적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권리 남용에 해당할 소지가 큽니다.
이번 판결은 관리비 분쟁에서 관리단의 자의적인 집행에 제동을 걸고, 법적 절차를 준수할 것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집합건물의 관리주체는 미납 관리비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단전과 같은 물리적 압박보다는 가압류, 지급명령 등 정당한 법적 절차를 우선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