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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땅이 도로가 되었다면? 국가의 자주점유 추정과 토지대장의 권리추정력 분석 (대법원 2025다2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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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03 09:37
  • 조회수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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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이 어느 날 확인해 보니 국가 명의로 등기되어 있고, 이미 수십 년째 도로로 사용되고 있다면 어떨까요?당연히 "내 땅을 돌려달라"거나 "등기를 말소하라"고 주장하시겠지만, 법정에서는 예상치 못한 '점유취득시효'라는 벽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국가가 점유한 토지에 대해 '무단점유'인지 '적법한 절차에 따른 점유'인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을 다시 한번 정리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소외 1이 사정받은 경기도 평택시 소재의 큰 토지는 이후 여러 필지로 분할되었습니다. 한국전쟁을 거치며 지적공부가 멸실되었다가 1954년경 복구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토지가 '도로'로 지목이 변경되어 합병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도로 부지(이 사건 토지)복구된 토지대장에 원고의 조부인 소외 3이 소유자로 기재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반면 국가는 1994년 이 땅을 '주인 없는 땅(무주부동산)'으로 공고한 뒤, 2009년 국가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습니다. 이에 원고는 국가를 상대로 "조부의 땅이니 등기를 말소하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심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국가가 점유를 시작할 당시 이미 토지대장에 소외 3이 소유자로 기재되어 있었고, 국가가 적법한 보상이나 수용 절차를 밟았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따라서 국가의 점유는 '자주점유(소유의 의사로 하는 점유)'가 아닌 '무단점유'라고 보아 취득시효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국가 등의 자주점유 추정을 함부로 부정하여 무단점유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며 원심을 파기했습니다(2025220113).

 

"1975. 12. 31. 지적법 개정 전에 복구된 구 토지대장상의 소유자란 기재에는 권리추정력을 인정할 수 없다."

 

"국가 등이 토지의 취득절차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더라도, 점유 경위와 용도, 소유자로 등재된 자가 소유권을 행사하려고 노력하였는지 등을 감안할 때 적법하게 취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경우에는 무단점유로 단정할 것이 아니다."

 

이번 판결은 국가나 지자체가 점유하는 토지의 취득시효에서 다음 세 가지를 명확히 했습니다.

 

첫째, 1975년 지적법 개정 전 복구된 토지대장에 소유자로 이름이 적혀 있다 하더라도, 그 기재 자체에 권리추정력을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토지대장의 한계).

 

둘째, 점유권원의 성질이 불분명할 때는 국가 역시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받습니다(자주점유의 추정).

 

셋째, 단순히 취득 서류가 없다는 사정만으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지 않으며, 소유자의 권리 행사 미비 등 여러 정황상 적법 취득 가능성이 있다면 무단점유로 함부로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입증책임의 엄격화).

 

흔히 "내 땅에 나라가 길을 냈으니 당연히 이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무는 훨씬 복잡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원고 측 조상들이 해당 토지가 도로로 편입될 당시나 그 이후 수십 년 동안 보상을 요구하거나 이의를 제기한 흔적이 전혀 없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오히려 다른 인접 토지들은 처분하면서도 유독 도로가 된 이 땅만 방치했다면, 과거에 이미 어떤 형태로든 권리 정리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입니다.

 

결국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은 '기록과 정황'의 싸움입니다. 단순히 대장상의 기재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과거 지적원도, 등기부 변동 이력, 실제 권리 행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이러한 최신 판례의 흐름은 소유권 보호와 공공 기록의 공신력 사이에서 실질적인 정의를 찾으려는 시도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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